[제주] 더 부스 제주

더 부스 제주는 스피크이지 컨셉의 바입니다. 스피크이지는 1920~30년 미국의 주류 밀매점 같이 지하나 뒷골목 같은 곳에 위치하여 간판이 없거나 입구를 찾기 힘들게 만들어 은밀하게 찾아가는 컨셉의 바를 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치를 공개적으로 쓰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합니다. 그래서 위치 안내는 하지 않습니다.

큰 길에서 떨어진 건물의 어딘가에 있는 빨간 전화부스가 더 부스 제주의 입구입니다. 전화 부스를 열고 들어가서 부스의 벽을 잘 밀어보면 또다른 문이 열리고 바에 들어 갈 수 있습니다.

마나님께서는 영국 드라마 ‘닥터 후’의 타디스에 들어가는 것 같다며 즐거워 하셨습니다. 문을 열고 다시 한번 비밀스러운 문을 열어 멋진 인테리어로 꾸며진 비밀스러운 공간에 들어간다는 경험은 입장료에 해당하는 커버차지 10,000원의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즐거운 경험이였습니다. 모든 손님에게는 웰컴드링크 한잔과 야채스틱, 그리고 과자류가 제공됩니다.

첫번째 잔은 올드 패션드. 괜찮은 럼이 들어왔다고 말씀하시면서 베이스로 럼 괜찮으시냐고 물어오시길래 럼으로 부탁드렸습니다. 얼음 위에 올라가 있는 토치로 불질한 커피콩 덕분에 커피와 초콜릿향이 진하게 풍겨나옵니다.

글렌드로낙 CS Batch 4. 달아서 좋아하는 글렌드로낙 18년에 비해서 덜 달달하고 좀 더 알콜이 강하게 느껴지는 글렌드로낙이라는 느낌이였습니다.

원래 위스키는 하프 샷으로 마시지만 딱 한잔 분량이 남았다면서 하프로 판매할 경우 다음 판매가 힘들 수 있다 하시길래 샷 분량으로 마신 글렌드로낙 18년. 거의 바닥을 드러낸 병의 마지막 분량이여서 그런지 전에 마셨던 글렌드로낙 18년의 느낌과 비교해서 많이 옅은 향과 맛이였습니다. 단맛이 좋아서 마신거였는데 단맛도 크게 느껴지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바에 앉자마자 보이던 유리병에 들어있는 시나몬 스틱이 궁금해서 시나몬 스틱이 들어간 달달한 논알콜 칵테일을 부탁드리니 셜리 템플(셜리 제인 템플(영어: Shirley Jane Temple, 1928년 4월 23일 ~ 2014년 2월 10일)은 미국의 배우이다. 1934년 4월 19일 《Stand Up and Cheer!》로 영화계에 데뷔했으며 1930년대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아역 배우였다. 셜리 템플은 1930년대 하와이 와이키키의 로열 하와이안 호텔을 자주 방문했는데 나이가 어려 술을 마실 수 없는 그를 위해 석류 시럽과 탄산음료를 넣은 칵테일을 만들어주었고 이 칵테일에는 그의 이름이 붙여졌다.[출처 : 위키피디아])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바에서 시가를 태우시던 분이 계셔서 시가향이 바에 가득했기 때문인지 비염과 축농증이 심한 코로는 시나몬 스틱의 향이 잘 느껴지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시나몬 스틱에 불까지 붙여가면서 향을 끌어내 만든 칵테일인데 향이 안날리가 없는데 말이죠.

바 뒷편에 맥켈란 30년이 오픈되어 있길래 오늘이 날인가보다 하고 맥켈란 30년도 마셔보았습니다. 시나몬 스틱의 향도 못 느끼던 코도 이 술의 향이 좋은건 느껴지는데 맛 자체는 두리뭉실한 큰 특징 없는 맛이였습니다. 마셔본 후에 이 술의 느낌을 크게 모르겠다는 식으로 말씀드리자 바텐더 분께서 안 드셔보신거 같아서 드린거고 앞으로 어느 종류건 고연산은 안 드셔보셔도 된다며  다 그맛이 그맛이라는 뉘앙스로 말씀해주셨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맥캘란에 대해 안 좋은 의미로 롤스로이스라고 평가한 글을 본 기억이 나는 맛이였습니다.

바닥을 보여가는 병이였으면 앞서 마셨던 글렌드로낙 18년 처럼 너무 산화가 많이 되서 이런 맛인가 라고 생각했겠지만 이 경우는 그런것도 아니였으니 술 자체의 맛이 그런것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언젠가 ‘그때 마셨던 맥켈란 30년이 이상했던 걸까 지금 마시면 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마셔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2,3년 내에는 그럴일이 없을 듯 합니다.

달디 단 맛을 떠올리며 마셨던 글렌드로낙 18년과 큰 기대를 하고 마셔본 맥켈란 30년에 연달아 큰 실망을 하고 단맛을 찾아 글렌파클라스 105를 마셨습니다. 실망하지 않을 맛이였습니다. 혀가 녹을듯이 강하면서 달디 달아서 좋습니다.

가성비가 정말 좋은 술이 있다고 추천해주신 깔바도스. 처음 마셔봤는데 포도를 재료로 만든 브랜디에서 느껴지는 질척하기까지 한 단 냄새가 아니라 상쾌한 느낌의 냄새가 납니다. 사과를 이용해서 만든 증류주라고 합니다. 맛있게 잘 마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집에 있는 헤네시 V.S.O.P.을 콜라에 섞어 마시던 기억이 나서 ‘프로가 헤네시를 이용해서 만든 칵테일은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칵테일을 부탁드렸더니 사이드카를 만들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쓰거나 시거나 달지 않은 음료를 정말 싫어한다’라고 말씀드린다는걸 깜박했다는걸 입에 넣자마자 깨달았습니다.

저 대신 마나님이 맛있게 드셨습니다. 잘 만들어진 칵테일이라는건 분명히 알겠지만 단것만 찾는 혀에는 즐겁게 마시기는 무리인 칵테일이였습니다.

더 부스 제주는 처음 가본 스피크이지 컨셉의 바였습니다. 제가 경험해본 바텐더분들께서는 보통 질문을 하거나 말을 걸기 전에 말을 걸어오시거나 하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더 부스 제주에서 입장료로 지불하는 커버차지 만원의 비용이 단순히 야채 스틱이나 웰컴 드링크의 값뿐만이 아니라 바텐더 분들께서 좀 더 적극적으로, 손님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즐거운 대화를 제공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는걸 느꼈습니다. 시가를 즐기시는 분이라면 시가를 태울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일 것 같습니다.

비밀스러운 문을 열고 바에 들어가는 행위부터 느낄 수 있는 즐거움. 멋진 조명과 벽에 가득찬 다양한 종류의 술. 그리고 바텐더 분들과 즐거운 대화까지 가득찬 행복한 곳이였습니다.